과거 음주운전을 저지른 팝스타가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자본주의 사회의 화폐적 신호와 인격적 평가의 분리
세계적인 팝스타가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 대중은 "아, 역시 대단하고 좋은 사람이야"라고 환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가 원래 쓸 막대한 돈을 내어주는 것은 타인에게 자원을 이전하는 유의미한 행동이며, 100만 달러라는 비용(Cost)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선의를 증명하는 신뢰할 만한 신호로 받아들인다.[1]
하지만 그 팝스타가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타인의 삶을 무너뜨린 인물이라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순수하게 남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금 감면이나 이미지 회복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하더라도 그 팝스타는 과연 좋은 사람인가? 반대로, 큰돈은 안 빌려주지만 형편이 어려울 때 곁에서 술 한 잔 같이해 주는 20년 지기 친구가 있다면 과연 둘 중 누가 더 좋은 사람인가?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선한 행위(Action)'와 '선한 사람(Person)'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2]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팝스타의 100만 달러 기부는 그 자체로 사회에 유익을 창출한 '선한 행위'가 맞다. 과거의 잘못이 있다고 해서 그가 행한 기부의 결과적 가치(Outcome)마저 무가치해지는 것은 아니다.[3] 그러나 좋은 행동을 한 번 했다고 해서 그가 즉각적으로 '선한 사람'으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도덕성을 돈이라는 단일 척도로 평가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오류는, 돈이 건네지는 '눈앞의 단편적인 순간(Point)'만 보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전체 삶의 궤적(Loop)'을 놓친다는 데 있다.
100만 달러라는 거금이 기부되는 그 순간(Point)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 대중은 이 압도적인 금액과 화려한 장면에 매몰되기 쉽다. 반면, 그 팝스타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일상을 파괴했던 사실이나, 20년 지기 친구가 눈에 보이지 않게 내어준 시간과 정서적 보살핌 같은 삶의 맥락(Loop)은 화려한 액수에 가려져 잊혀진다.[4]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이 글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에 던져진다. 돈이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화폐의 착시에 속지 않고 한 인간의 진짜 도덕적 실체를 보아야 하는가?
돈이라는 거대한 장막에 속지 않고 인간을 올바르게 직시하기 위해, 우리는 화폐 액수 너머의 다음 세 가지 차원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첫째, 절대적 액수가 아닌 '자원 규모에 따른 상대적 희생'을 보아야 한다.
비용(Cost)은 선의를 판별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선함의 절대적 척도는 아니다.[5] 동일한 100만 달러가 가지는 무게는 각자의 자원 규모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수천억 자산가인 톱스타에게 100만 달러는 자기 삶에 아무런 타격을 주지 않는 잉여 자원의 일부일 뿐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친구에게 밥을 사기 위해 지출하는 돈은 자기 생존의 몫을 깎아내는 실질적인 희생이다. 돈의 착시에서 벗어나려면 겉보기 숫자가 아닌 상대적 희생의 무게를 읽어야 한다.
둘째, '동기(Motive)'에 섞여 있는 전략적 반대급부를 발라내야 한다.
기부는 이타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평판과 지위를 얻기 위한 전략적 신호(Strategic Signal)로도 작동한다.[6] 세금 감면, 이미지 세탁, 사회적 복귀라는 분명한 대가가 존재할 때, 그 기부 행위는 온전한 선의라기보다 '자신을 위한 투자'에 가까워진다. 물론 불순한 동기로 기부했다 하더라도 그 돈이 만들어낸 사회적 결과(Outcome)의 유익함마저 폄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거대한 기부금 액수에 눈이 멀어 그를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격체'로 착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셋째, 화폐로 환산되지 않는 '삶의 일상적 궤적(Loop)'을 추적해야 한다.
도덕성은 추상적인 화폐의 이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타인의 생명과 존엄을 대하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태도가 필수적이다.[7] 음주운전이나 타인에 대한 착취처럼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는 해악(Harm)을 저지르지 않고,[8] 관계 속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삶의 궤적(Loop)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천만 달러의 수표도 그의 인격을 온전히 증명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돈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물질적 자원을 이전했다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감수한 비용의 크기를 보여주는 유효한 증거다. 하지만 그것이 곧 그 사람의 '도덕적 선함' 자체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돈에 속지 않는 도덕적 안목은 행위, 동기, 결과, 피해, 그리고 반복되는 삶의 패턴을 종합적으로 통찰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과거 음주운전을 저지른 팝스타의 100만 달러 기부는 사회적으로 훌륭하고 유익한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돈의 압도적인 금액이 만든 착시가 그 사람의 삶 전체에 새겨진 궤적을 덮고, 그를 '좋은 사람'으로 둔갑시켜 줄 수는 없다.
[각주 및 참고논문 (Footnotes & References)]
- Spence, M. (1973). "Job Market Signaling."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7(3), 355–374. (비용 지불을 통한 신호 전달 이론의 기초 논문)
- Aristotle. (350 BCE). Nicomachean Ethics (Book II). (단일 행위(Action)와 습관화된 성품(Character)의 구분을 다룬 덕 윤리학 기초 문헌)
- Bentham, J. (1789). An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 (행위자의 인격과 별개로 행위의 사회적 유익성/결과(Outcome)를 평가하는 공리주의 논문)
- Noddings, N. (1984). Caring: A Feminine Approach to Ethics and Moral Education.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단순 화폐 이전과 구분되는 시간/정서적 관계와 보살핌의 중요성을 다룬 논문)
- Fehr, E., & Schmidt, K. M. (1999). "A Theory of Fairness, Competition, and Cooperation."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4(3), 817–868. (자원 보유량 대비 상대적 희생과 공정성 평가를 다룬 행동경제학 논문)
- Glazer, A., & Konrad, K. A. (1996). "A Signaling Explanation for Charity."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86(4), 1019–1028. (기부 행위가 평판 및 자기이익적 신호 전달로 작동함을 입증한 연구)
- Tronto, J. C. (1993). Moral Boundaries: A Political Argument for an Ethic of Care. Routledge. (추상적 도덕 규범을 넘어 일상적 관계 속의 책임과 도덕적 궤적을 강조한 연구)
- Mill, J. S. (1859). On Liberty. John W. Parker and Son. (타인에게 직접적 해악(Harm)을 가하지 않는 것이 모든 도덕적 행위에 선서는 필수 기준임을 밝힌 문헌)
안승원 / Wonbrand / https://wonbran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