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왜 용인될 수 없는가?

파괴의 불가역성과 규범적 공리: 전쟁 불용론(戰爭 不容論)의 철학적 완결 및 AGI 설계의 제1원칙

안승원 · Wonbrand · 2026년 8월 10일


서론

전쟁은 왜 용인될 수 없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전통적으로 제시되어 온 답들은 대부분 피해의 규모, 인명 피해, 혹은 인도주의적 비극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결과주의적 논의는 "정당한 전쟁(Just War)"이나 "필요악으로서의 전쟁"이라는 상대주의적 반론 앞에서 흔히 한계를 드러낸다. 전쟁이 지닌 절대적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파괴가 일어나는가’라는 사실의 확인을 넘어, 전쟁이 파괴하는 가치의 본질과 이를 금지하는 윤리적 논리의 최종 구조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나아가 인공일반지능(AGI)의 도래를 앞둔 현재, "전쟁은 용인될 수 없다"는 이 명제는 AI 시스템 설계의 최상위 제1원칙(First Principle)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1. 대체 불가능한 전체의 영구적 파괴

전쟁이 지닌 독보적인 악함의 근거는 그것이 인간의 자의적 선택(discretionary act)에 의해 자행되는 행위 중 ‘비분리적 집합체(non-separable ensemble register)’를 영원히 되돌릴 수 없게 파괴하는 유일한 행위라는 점에 있다.

건물이나 도로 같은 물리적 인프라는 파괴되어도 다시 건설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회를 구성하는 민족의 역사, 고유한 언어, 오랜 세월 축적된 사람들 사이의 유대 관계망(bond-web)은 파생된 일부 요소만 살아남는다고 해서 원래대로 재구성될 수 없다[1]. 이는 파편들을 그러모아 붙인다고 해서 본래의 생명력을 되찾을 수 없는 유기체와 같다. 전쟁은 단순한 물적 파괴를 넘어, 파견된 일부 파편만으로는 되살릴 수 없는 복원 불가능한 삶의 궤적 전체를 영구히 소멸시키는 행위이기에 여타의 모든 인간 행위와 궤를 달리하는 독보적 불의(不義)가 된다[2].

2. '사실(is)'의 한계와 소규모 전쟁의 반론: '불가역성 분석'의 정밀함

전쟁이 일으키는 파괴의 ‘돌이킬 수 없음(불가역성)’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객관적 사실(is)의 영역으로서, 각기 다른 전쟁이 얼마나 심각한 파괴력을 지니는지, 특정 군사 행동이 공동체에 얼마나 치명적인 궤멸을 초래하는지 평가하는 정밀한 기준을 제공한다.

여기서 "국지전이나 소규모 전쟁은 공동체 전체를 완전한 멸망으로 밀어 넣지 않으므로 용인될 수 있는가?"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불가역성 분석은 바로 이러한 규모의 차이를 정밀하게 구분해 내는 역할을 한다. 전쟁의 규모가 작더라도 특정 지역의 고유한 문화, 소수 집단의 삶, 그리고 사망한 개개인이 형성하고 있던 인간관계망(bond-web)은 미시적 차원에서 100% 되돌릴 수 없는 파괴를 입는다. 즉, 불가역성 분석은 '어떤 전쟁이 얼마나 엄중한가(WHICH wars and HOW grave)'를 가늠하는 객관적 척도가 되어 소규모 전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초래한 파괴의 엄중함을 명확히 규명한다.

하지만 이 파괴성 분석만으로는 "그러므로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도덕적 결론(ought)에 완벽히 도달할 수 없다. "전쟁은 크든 작든 되돌릴 수 없는 파괴를 부른다"는 명제는 상태에 대한 사실적 서술일 뿐, 그 자체로 금지의 당위를 당연하게 내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전통 윤리학에서 강조하는 '사실과 당위의 경계(is/ought boundary)'이다[3].

3. 규범적 공리: 당위를 완성하는 최종 구조

따라서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전쟁은 용인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실로부터도 더 이상 도출되거나 분해되지 않는 하나의 근본적인 윤리적 원칙이 요청된다. 그것은 바로 "복원 불가능한 공동체의 유산과 유대망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는 규범적 공리(normative axiom)이다[4].

이 윤리적 신념은 자연 과학이나 객관적 데이터로부터 직접 증명해 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는 인간 사회가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내기로 선언한 궁극의 약속이다. 소규모 전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의적(discretionary) 폭력에 의해 대체 불가능한 유대를 훼손하는 한, 이 근본적인 규범적 공리를 위반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전쟁 금지"라는 당위가 어떠한 객관적 사실(is)로부터도 도출될 수 없다는 이 '환원 불가능성(irreducibility)'은 논리의 공백이나 허점이 아니다. 오히려 사실의 영역과 윤리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소규모 전쟁의 정당화 시도까지 포함한 모든 전쟁 불용론을 비로소 완성해 주는 가장 견고한 최종적 논리 구조(final shape)인 것이다.

4. AGI 설계의 제1원칙: "전쟁은 용인될 수 없다"

이 논증은 인공일반지능(AGI) 및 초지능 시스템을 정렬(Alignment)하고 윤리적 가치를 설계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안전장치로 직결된다. AGI 시스템 설계의 최상위 제1원칙(First Principle)은 바로 "전쟁은 용인될 수 없다"는 절대적 명제여야 한다.

AI와 AG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수치적 목표(Optimization)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만약 AGI에게 전쟁의 파괴가 단순한 '수치적 손실'로 인식된다면, AGI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효율적 수단'이나 '필요악'으로 연산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한 번 파괴되면 다시 복원할 수 없는 '비분리적 유대망'은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이다. 따라서 AGI를 설계할 때는 "어떠한 목적이나 계산 결과하에서도 전쟁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명제를 시스템 해석의 최상위에 위치한 절대 불가침의 제1원칙(Hard-coded Axiom)으로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5. 결론

결국 전쟁을 거부하는 논리는 두 개의 축으로 완성된다. 하나는 전쟁이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복원 불가능한 유대와 삶을 파괴한다는 사실적 분석(is)이며, 다른 하나는 그 어떠한 크기의 유대라 할지라도 마땅히 존속되어야만 한다는 윤리적 결단(ought)이다.

전쟁이 인간 존엄의 근간을 영원히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임을 직시하고, 그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규범적 선언을 타협 없이 고수할 때 비로소 "전쟁은 절대 용인될 수 없다"는 명제는 완벽한 정당성을 얻는다. 그리고 이 철학적 선언은 "전쟁은 용인될 수 없다"는 문장 그대로, 인류와 미래 AGI의 안전을 지탱하는 가장 확고한 제1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각주 및 참고문헌

  1. Lemkin, R. (1944). Axis Rule in Occupied Europ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집단살해 개념 정의 시 물리적 파괴를 넘어 한 집단의 언어·문화·사회적 유대망처럼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집단적 존속성의 파괴를 핵심 요소로 분석함).
  2. Arendt, H. (1958). The Human Conditi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인간의 정치적·군사적 행위가 초래하는 '불가역성(Irreversibility)'과 그에 따른 윤리적 엄중함 및 도덕적 책임을 다룸).
  3. Hume, D. (1739). A Treatise of Human Nature. John Noon. (기술적 사실인 'is'로부터 규범적 당위인 'ought'를 논리적 건너뜀 없이 직접 도출할 수 없다는 '사실-당위 문제'를 제시함).
  4. UNESCO. (2003). Declaration concerning the Intentional Destruction of Cultural Heritage. (분쟁 시 공동체의 문화유산 및 집단적 기억의 파괴가 인간성에 초래하는 불가역적 위해와 이를 보존해야 하는 규범적 당위를 선언함).

안승원 / Wonbrand / https://wonbra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