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는 어떻게 의식을 끄는가

180년 된 난제를 논리 하나로 풀어내는 법

안승원 · Wonbrand 대표 · 2026년 4월 12일


들어가며

마취의 답은 뇌가 아니다. 세포다. 더 정확히는 진핵생물이 약 20억 년 전부터 새로 진화시킨 막 수용체 단백질 계열 — GABA-A, NMDA, K2P, GPCR — 이다. 마취제는 이 수용체들의 단백질 내부 소수성 포켓에 물리적으로 끼어 앉아 그 작동을 교란시킨다. 그 교란이 뉴런 활동 균형을 흐트러뜨리고, 피질-시상 왕복 통신을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사람에서 의식 소실로 발현된다. 식물에서는 잎 접힘의 정지로, 짚신벌레에서는 섬모 운동의 정지로, 초파리에서는 운동 마비로. 표면의 모습은 생물마다 다르지만 밑바닥에서는 같은 사건이다.

180년 동안 매일 수십만 명을 재우면서도 완전히는 풀리지 않았다고 여겨져 온 이 난제는, 사실 논리 하나로 답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글은 그 경로의 기록이다. 실험실 데이터를 귀납적으로 쌓는 대신, 식물도 마취된다는 한 줄의 관찰에서 출발해 배제법만으로 답을 좁혀간다. 그리고 그렇게 도달한 결론이 1994년 Nicholas Franks가 Nature에 세운 현대 마취 분자생물학의 합의점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1. 1846년의 아이러니

마취의 역사는 1846년 10월 16일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시작됐다. 치과의사 William Morton이 환자에게 에테르를 흡입시키고, 외과의 John Collins Warren이 그 사이 목의 종양을 제거했다. 환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 전까지 수술은 문자 그대로 지옥이었다. 사람을 결박한 채 톱질을 하던 시대였다. 현대 의학은 이 날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로부터 180년이 지났다. 그동안 전 세계 수술실에서 수십억 건의 마취가 시행됐고 거의 전부가 안전하게 종료됐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마취 연구자들은 "왜 사람이 의식을 잃는지 완전히는 모른다"고 말해왔다. 매일 작동하는 기술인데 원리 전체가 투명하지 않다는 아이러니가 이 분야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이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분자 수준의 표적은 꽤 분명해졌고, 세포 수준에서 네트워크 수준까지 이어지는 사다리 대부분이 연결됐다. 이 글이 보이려는 것은, 그 사다리의 핵심이 논리만으로도 재구성 가능하다는 점이다.


2. 통념의 해체

가장 먼저 해체해야 할 통념이 있다. "마취는 뇌를 끄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틀렸다. 마취된 환자의 뇌를 fMRI나 EEG로 관찰하면 뇌세포들은 여전히 대사를 유지하고 있고 일차 감각 피질은 입력에 반응한다. 부품은 돌아간다.

달라지는 것은 연결이다. 2025년 2월 Pharmacological Research에 실린 Yuxi Zhou 등의 리뷰는 이 그림을 피질-시상-피질 회로(corticothalamocortical circuit)의 통신 붕괴로 정식화했다. 정상 각성 상태에서 피질과 시상은 초당 수십 번의 속도로 왕복 통신을 주고받으며 감각 정보를 통합한다. 마취제는 이 왕복을 끊는다. 피질 뉴런은 국소적으로 발화하지만 의미 있는 장거리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정보가 들어와도 통합되지 않고 경험으로 조립되지 않는다. 이것이 의식 소실의 네트워크 수준 모습이다. MIT의 Emery Brown, Michigan의 George Mashour, 리에주의 Vincent Bonhomme이 2010년대 이후 다듬어온 그림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기전이 아니라 결과다. 피질-시상 왕복 통신이 왜 끊기는가. 어떤 분자 사건이 네트워크 수준의 이 귀결로 증폭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한 층 더 내려가야 한다.


3. 식물이 주는 결정적 단서

한 층 더 내려가기 위한 단서는 의외의 장소에서 온다. 식물이다.

Charles Darwin은 1878년 저서 『The Power of Movement in Plants』에서 이미 관찰했다. 미모사에 에테르 가스를 노출시키면 잎을 건드려도 접히지 않는다. 가스를 제거하면 반응이 복귀한다. 파리지옥도 마찬가지다. 2018년 Annals of Botany에 실린 독일 본 대학교 Frantisek Baluska와 교토의 Ken Yokawa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의 논문은 이 고전 실험을 현대 장비로 재현하며, 식물 활동 전위 자체가 마취 가스에 의해 정상적으로 발생하지 못하는 것을 직접 측정했다.

식물만이 아니다. 마취는 뉴런 302개짜리 선충 C. elegans, 초파리, 꿀벌, 문어, 단세포 원생동물 짚신벌레 모두에 작용한다. 2024년 Neuron에 실린 George Mashour의 리뷰는 마취제가 박테리아, 원생생물, 식물, 곰팡이, 동물 전반에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포유류 뇌 중심 기전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논리적 함의는 분명하다. 뇌가 없는 생물에서도 마취가 작동한다면, 마취의 원인은 뇌에 있을 수 없다. 만약 원인이 뇌라면 뇌 없는 생물에서는 작동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작동한다. 그러므로 원인은 뇌보다 아래, 생명 전반이 공유하는 어떤 기반 안에 있어야 한다. 포유류에서 관찰되는 피질-시상 네트워크 붕괴는 이 근본 원인의 생물종별 증폭 양상일 뿐이다. 뇌는 원인이 아니라 증폭 무대다.

같은 분자 사건이 식물에서는 잎 접힘의 정지로, 짚신벌레에서는 섬모 운동의 정지로, 초파리에서는 운동 마비로, 사람에서는 의식 소실로 발현된다. 각 생물의 복잡도에 따라 표면의 모습이 다를 뿐이다.


4. 배제법 — 네 후보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기반을 후보로 나열하면 네 가지다. 첫째, 세포막 자체. 둘째, 막에 박힌 이온 채널. 셋째, 막 수용체 단백질. 넷째, 세포 내부의 신호 전달 시스템. 이 중 어느 것이 답인가.

여기서 배제법을 쓴다. 박테리아가 마취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이 가정의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박테리아 마취 여부가 수십 년간 논쟁적이었으며 확정적으로 "마취된다"고 증명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추론 경제학이다. 박테리아 비마취를 가정하면 답이 훨씬 좁혀지고 검증 가능해진다.

박테리아는 마취되지 않고 진핵생물(동물, 식물, 곰팡이, 원생생물)만 마취된다면, 답은 진핵에는 있고 원핵에는 없는 것 안에 있어야 한다. 두 집단 사이의 차이 안에 원인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John Stuart Mill이 19세기에 정식화한 고전적 배제법이다.

세포막은 탈락한다. 박테리아도 지질 이중층 세포막을 가진다. 구성 지질의 종류가 약간 다를 뿐 기본 구조는 동일하다. 세포막 자체가 답이라면 박테리아도 마취돼야 한다.

기본 이온 채널도 탈락한다. 박테리아도 칼륨 채널, 나트륨 채널, 기계감각 채널을 가진다. 1998년 Rod MacKinnon이 X선 결정학으로 박테리아 칼륨 채널 KcsA의 구조를 풀었을 때 과학계가 충격받은 이유는 이 박테리아 채널의 선택성 필터 구조가 사람 뉴런 채널과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었다(MacKinnon은 이 업적으로 2003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 수준의 공통 이온 채널이 표적이라면 박테리아도 마취돼야 한다.

세포 내부 신호 전달 시스템은 다른 이유로 탈락한다. 박테리아에도 신호 전달 체계(이요소 시스템, cAMP, 단순 칼슘 신호)가 있긴 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마취제는 지용성 소분자이며 세포막에 머무는 성질을 가진다. X선 결정학과 cryo-EM으로 찍은 수백 개의 구조가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마취제가 세포 내부 깊숙이 들어가 G단백질이나 MAP 키나아제에 직접 결합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마취 중에 이 시스템이 교란되는 것은 위층이 먼저 교란됐기 때문이다.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남는 것은 세 번째, 막 수용체 단백질이다. 그리고 이 범주 안에 결정적으로 진핵생물에만 있고 박테리아에는 없는 하위 계열이 존재한다. GABA-A 수용체, NMDA 수용체, AMPA 수용체, GPCR 계열 전체, K2P 두 구멍 칼륨 채널, TRP 감각 채널. 이것들은 진핵세포가 등장한 이후, 특히 다세포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새로운 수용체들이다. 박테리아는 가지고 있지 않다.

여기서 두 번째 놀라움이 온다. 마취제의 실제 실험적 표적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정확히 이 목록이다. 프로포폴의 주 표적은 GABA-A β3 하위단위다. 케타민과 제논의 주 표적은 NMDA 수용체다. 흡입 마취제(세보플루란, 이소플루란)의 주요 표적에는 GABA-A, 글리신 수용체, K2P 채널이 모두 포함된다. 덱스메데토미딘은 GPCR 계열의 α2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겨냥한다. 2025년 6월 Annual Review of Biochemistry에 실린 Scripps의 Scott Hansen과 Shan Sen의 리뷰는 이 상황을 “Sites of anesthetic action are located within ion channels and the plasma membrane”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배제법의 결론과 실험 문헌의 결론이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답은 막 수용체 단백질이다. 그중에서도 진핵생물이 새로 진화시킨 정교한 수용체 계열이다.


5. 분자 기전 — 마취제가 실제로 하는 일

답이 "진핵 전용 막 수용체"로 좁혀졌다면 한 단계 더 내려가야 한다. 마취제가 그 수용체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가.

막 수용체 단백질은 세포막을 여러 차례 가로지르며 접히는 거대 분자다. 이 접힘 과정에서 단백질 내부에 소수성 포켓(hydrophobic cavity)이라 불리는 기름 같은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 빈 공간은 단백질이 형태 변화를 할 때 쓰는 경첩 역할을 한다. 신호 분자가 결합하거나 막 전압이 변하면 단백질은 닫힌 상태와 열린 상태 사이를 오가는데, 그 움직임은 소수성 포켓의 기하가 바뀌는 형태로 실현된다.

마취제는 지용성이다. 혈액에서 뇌 조직으로 넘어갈 때 혈액뇌장벽이라는 검문소를 쉽게 통과하고, 뇌세포의 세포막에 녹아든 다음, 막에 박힌 단백질의 소수성 포켓으로 이동한다. 그 포켓 안에 마취제 분자가 물리적으로 끼어 앉는다. 화학 공유 결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포켓의 기하와 맞아떨어져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이 점이 마취제를 다른 많은 약물과 구분 짓는다.

이 "자리 차지"가 단백질의 형태 변화를 방해한다. 프로포폴이 GABA-A 수용체의 소수성 포켓에 들어가면 이 수용체가 GABA 신호에 대해 더 강하게, 더 오래 열리도록 변한다. 정상 상태에서 GABA가 걸던 억제가 2–3배 증폭된다. 뉴런의 브레이크가 강해지는 것이다. 케타민이 NMDA 수용체 채널 내부에 끼어 앉으면 글루타메이트가 오더라도 칼슘이 통로를 통과하지 못한다. 뉴런의 가속 페달이 작동을 멈춘다. 제논은 더 극적이다. 이 원자 하나짜리 비활성 기체는 어떤 화학 결합도 형성하지 않으면서, 단지 크기와 모양이 맞아서 NMDA 수용체 포켓에 끼어 앉아 같은 효과를 낸다.

이 기전이 가지는 함의는 두 가지다.

첫째, 20세기 중반까지 주류였던 Meyer-Overton 막 이론 — 지질 용해도와 마취 효력의 비례 관계로부터 "마취제가 막을 녹인다"로 비약했던 해석 — 은 Nicholas Franks가 1994년 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결정적으로 기각됐다. 지질 친화성이 마취 효력과 비례하는 이유는 막이 표적이어서가 아니라, 지용성 분자가 단백질 내부의 소수성 포켓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적은 막이 아니라 막 안에 박힌 단백질의 포켓이다.

둘째, 이 기전은 "서로 다른 약물들이 서로 다른 수용체를 건드리는데도 결과가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프로포폴은 뇌를 억제 쪽으로 밀고 케타민은 흥분 차단 쪽으로 미는데 둘 다 의식을 끈다. 공통 원리는 "수용체 소수성 포켓에 끼어들어 정상적 형태 변화를 방해한다"이다. 방해의 방향이 달라도 결과는 뉴런 활동 균형의 붕괴로 수렴한다. 그 붕괴가 누적되면 피질-시상 왕복 통신이 유지되지 못한다. 네트워크가 무너진다. 의식이 꺼진다.

이로써 분자 사건에서 경험 수준 사건까지 이어지는 사다리의 모든 단계가 연결된다. 마취제가 막에 도달한다 → 수용체 소수성 포켓에 끼어든다 → 수용체 형태 변화가 방해받는다 → 뉴런 활동 균형이 무너진다 → 시냅스 통신이 약해진다 → 피질-시상 왕복 통신이 끊긴다 → 통합 의식이 사라진다. 이 전 과정이 답이다.


6. 왜 뇌만 꺼지는가

한 가지 자연스러운 질문이 남는다. 막 수용체 단백질은 몸 전체에 존재한다. 간에도, 근육에도, 혈관 내피에도, 피부 세포에도 있다. 그런데 마취제가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는데 왜 간이 멈추지 않고 근육이 녹지 않는가. 왜 뇌에서만 의식이 꺼지는가. 이 선택성은 어디서 오는가.

답은 두 층으로 나뉜다.

첫째 층은 수용체 분포다. 마취제의 주 표적인 GABA-A와 NMDA는 실질적으로 중추신경계 전용이다. GABA라는 신호 물질 자체가 주로 뇌와 척수에서 쓰이는 것이고, NMDA는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로 역시 중추신경계에 집중돼 있다. 간이나 근육에는 극소량만 존재한다. 그래서 프로포폴을 주사해도 간이 멈추지 않는다. 거기에는 건드릴 표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몸은 건드리지 않고 뇌만 건드리는가"의 답이다.

둘째 층은 뇌 안에서의 선택성이다. 뇌 안에서도 의식 담당 부위(피질, 시상)만 먼저 꺼지고 생존 담당 부위(뇌간의 호흡·심박 중추)는 유지된다. 같은 GABA-A 수용체를 양쪽 부위가 다 가지고 있는데도 결과가 다르다. 이 차이는 수용체 밀도와 소단위 조성에서 온다. 피질과 시상에는 GABA-A 수용체가 매우 밀집해 있으며, 특히 extrasynaptic GABA-A 수용체 — 시냅스 바깥에 퍼져 뉴런의 배경 흥분도를 조절하는 수용체 — 의 밀도가 이 부위에 압도적으로 높다. 프로포폴이 이 extrasynaptic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증강시킨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돼 있다. 반면 뇌간의 호흡 중추에는 같은 수용체가 있지만 밀도가 낮고, 대신 아세틸콜린과 세로토닌 같은 다른 신호 체계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임상 마취 용량에서는 피질과 시상이 먼저 영향받고 뇌간은 뒤늦게 영향받는다.

이 밀도 차이가 마취의 therapeutic window — 의식은 꺼지고 생존은 유지되는 좁은 구간 — 를 만든다. 너무 적으면 피질·시상의 영향이 불충분해 의식이 꺼지지 않고, 너무 많으면 뇌간까지 도달해 호흡이 멎는다. 마취과 의사의 핵심 기술은 이 구간의 폭을 다루는 것이다.

두 층을 합치면 "뇌만 꺼지고 의식만 꺼진다"는 현상이 완전히 설명된다. 첫째 층이 "왜 뇌만"을, 둘째 층이 "왜 의식만"을 해명한다. 각 단계의 정량적 세부는 여전히 연구 중이지만, 큰 그림은 이미 손 안에 있다.


7. 결어 — 답은 이미 와 있다

정리한다. 마취의 답은 뇌가 아니라 세포다. 진핵생물이 20억 년에 걸쳐 축적해온 새로운 막 수용체 계열이 표적이다. 마취제는 지용성이라 세포막에 녹아들고, 막에 박힌 수용체 단백질의 소수성 포켓에 끼어 앉아 그 형태 변화를 방해한다. 이 분자 사건이 뉴런 활동을 흐트러뜨리고, 뉴런 활동의 변화가 시냅스 통신을 약화시키고, 시냅스 통신의 약화가 피질-시상 왕복 통신의 붕괴로 이어지고, 그 붕괴가 사람에서 의식 소실로 발현된다. 표적 수용체가 거의 뇌 전용이기에 몸은 건드려지지 않고, 피질과 시상의 수용체 밀도가 압도적이기에 뇌 안에서도 의식 담당 부위만 선택적으로 꺼진다. 생존은 남는다. 의사가 이 좁은 구간을 정밀히 조절하는 것이 임상 마취다.

이 답은 실험실에서도 도달할 수 있고, 논리에서도 도달할 수 있다. Nicholas Franks가 1994년 Nature에 수십 년간의 결정학과 전기생리학 데이터를 종합해 세운 결론이 첫 번째 길이었다. 식물도 마취된다는 한 줄의 관찰에서 출발해 배제법으로 네 후보 중 하나만 남기고 추려내는 것이 두 번째 길이다. 서로 다른 경로가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이 수렴은 우연이 아니다. 마취라는 현상의 구조가 충분히 명확해서 어느 경로로 접근해도 같은 결론에 닿기 때문이다.

180년 동안 풀리지 않은 거대한 수수께끼라는 마취의 이미지는, 더 이상 정확한 묘사가 아니다. 거대한 수수께끼는 많이 풀렸다. 남은 것은 정량적 정밀화 — 각 생물에서 어느 수용체 소단위가 어떤 농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네트워크 수준 붕괴의 시간 동역학을 어떻게 모델링할 것인가 — 수준의 과제들이다. 이것들은 여전히 활발한 연구 주제이지만 "원리를 모른다"와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는 원리를 안다. 세부를 다듬고 있을 뿐이다.

1846년 보스턴의 Morton은 이 모든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단지 수술이 지옥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인류는 의식이라는 현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도구 하나를 손에 쥐었다. 그 도구의 내부 구조가 이제는 꽤 선명하게 보인다. 식물과 짚신벌레와 사람이 공유하는 세포의 가장 오래된 감각 장치 — 막 수용체 단백질 — 가 답이었다. 180년 걸렸다. 답은 이미 와 있다.


참고문헌

Darwin, C. (1878). The Power of Movement in Plants. John Murray, London.

Franks, N. P., & Lieb, W. R. (1994). Molecular and cellular mechanisms of general anaesthesia. Nature, 367(6464), 607–614.

Hansen, S. B., & Sen, S. (2025). Mechanisms of general anesthesia. Annual Review of Biochemistry, 94, 503–530.

Mashour, G. A. (2024). Anesthesia and the neurobiology of consciousness. Neuron, 112(10), 1553–1567.

Yokawa, K., Kagenishi, T., Pavlovič, A., Gall, S., Weiland, M., Mancuso, S., & Baluška, F. (2018). Anaesthetics stop diverse plant organ movements, affect endocytic vesicle recycling and ROS homeostasis, and block action potentials in Venus flytraps. Annals of Botany, 122(5), 747–756.

Zhou, Y., Huang, S., Zhang, T., Deng, D., Huang, L., & Chen, X. (2025). Deciphering consciousness: The role of corticothalamocortical interactions in general anesthesia. Pharmacological Research, 212, 107593.

Doyle, D. A., Morais Cabral, J., Pfuetzner, R. A., Kuo, A., Gulbis, J. M., Cohen, S. L., Chait, B. T., & MacKinnon, R. (1998). The structure of the potassium channel: molecular basis of K+ conduction and selectivity. Science, 280(5360), 69–77.

승원은 Wonbrand의 설립자이며, 한 사람이 운영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API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본 글은 개인적 탐구의 기록이며 의학 자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