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발전을 위한 통찰 — AI 시대에 반도체 수요가 과연 폭증할까?

'덜어냄의 미학' 두 번째 이야기 — 반도체 수요 폭증은 과연 실재하는가

안승원 · 원브랜드 대표 · 2026년 7월 27일


Preface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 수요 폭발과 처리 속도 향상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형 언어 모델(LLM)의 연구는 오직 '더 많이, 더 빠르게'라는 덧셈의 미학만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제 더 많은 연산, 더 빠른 추론과 처리는 곧 물리적·효율적 임계점에 다다를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단선적인 팽창이 아니며, 진정한 혁신은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구조적인 전환에서 비롯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도체를 향한 맹목적인 속도전이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고 어떻게 더 정확해질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이다. 내가 제안했던 '덜어냄의 미학'의 연장선상에서, 현재 AI 산업이 직면한 착시를 걷어내고 다음 세대 AI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을 네 가지 통찰로 제시한다.

Proposal 1. 반도체 수요 폭발의 착시와 생태계의 과점화

반도체가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재 수많은 기업이 몇 년 치 반도체를 입도선매하는 현상을 단순한 '수요 폭발'로 해석하는 것은 표층적인 분석이다. 여기에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내가 칩을 확보한 만큼 다른 기업이 덜 가져가게 되므로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전략적 사재기(Strategic Hoarding)'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는 수많은 기업이 AI에 도전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은 엔트로픽(Anthropic), 오픈AI(OpenAI)와 같은 극소수의 최상위 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다. 경쟁자가 줄어들고 과점화가 진행되면, 초거대 인프라에 대한 맹목적인 확보 경쟁은 잦아들고 자연스럽게 적당한 재고와 수요를 유지하는 균형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 수요가 무한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환상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Proposal 2. 확률 기반 모델의 한계와 반도체 패러다임의 붕괴 가능성

인간의 운명을 바꿀 정도의 혁명적인 기술적 발견이 없다면, 현재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후발주자가 단숨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 전제는 현재의 아키텍처가 계속 유지될 때만 유효하다.

우리는 다음 나올 단어의 '확률'에 기반하는 현재 AI의 기본 틀(Autoregressive model) 자체가 지닌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무한한 데이터를 쏟아부어 통계적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은 결국 논리적 추론의 한계에 부딪힌다. 어쩌면 머지않아 이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반의 틀 자체가 비(非)자가회귀적 추론이나 전혀 다른 에너지 고효율 아키텍처로 통째로 전환되는 혁신적인 발견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기존의 확률 기반 행렬 연산에 최적화된 막대한 반도체(GPU) 인프라와 기업들의 칩 확보전은 하루아침에 구시대의 유물이 될 수 있다. 칩의 물량으로 쌓아 올린 기술 격차는 이렇듯 단숨에 무효화될 수 있는 모래성일지도 모른다.

Proposal 3. 맹목적 속도의 포기와 '적당히 느린' 정확성의 추구

나를 포함한 AI 사용자 대부분은 현재의 AI 기술을 사용할 때, 그저 빠른 처리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에이전트를 원한다. 내 지시를 부정확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빠르게 결과물만 내뱉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하다.

이는 현재의 LLM을 사용할 때도 명확히 체감할 수 있다. 코드 작업을 지시할 때 일부만 발췌해서 읽는 꼼수를 부려 빠르게 처리하면 항상 결과가 좋지 않다. 반면, 적당히 느리게 처리하더라도 코드를 끝까지 다 읽고 전반적인 문맥을 완벽히 이해한 뒤에 처리하는 방식(System 2 Thinking)은 항상 훌륭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제 사용자의 지시는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영상, 사진, 디자인 등 다방면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무의미한 '빠르기'보다는, 추론 시간(Inference-time)을 기꺼이 소모하더라도 지시를 완벽히 이해하고 수행하는 '정확성'이 AI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Proposal 4. 임계점 도달과 AGI 엔지니어링: 덜어냄의 미학

더 많은 데이터, 더 거대한 파라미터, 더 빠른 추론을 향한 질주는 이미 효율성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모델의 크기를 무작정 키우는 1차원적인 스케일링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진정한 AI 시대의 핵심은 크기의 확장이 아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모델을 얼마나 정확하고 똑똑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엔지니어링(Engineering)'과,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덜어냄'에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현재의 LLM 위에 이러한 정교한 엔지니어링을 얹어 AGI(인공일반지능)를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GI 도달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 영역에서 학습한 지식과 논리를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 해결에 매끄럽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 간 생각 전이(Cross-domain thought transfer)'. 둘째, 끊임없이 유입되는 새로운 정보 속에서도 핵심 자아와 과거의 중요 맥락을 잃지 않는 '망각에 대한 저항(Resistance to forgetting)'. 셋째, 모델이 매 세션 초기화되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일관된 가치관과 반응 체계를 갖춘 독립된 개체로 기능하게 하는 '고유 페르소나(Unique Persona)'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압축하고 핵심적인 추론 능력만을 남기는 덜어냄의 기술과, 앞서 언급한 메타 엔지니어링의 결합이야말로 다음 세대 AI가 한계를 돌파하고 진정한 지능으로 거듭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다.

Closing

기술의 발전 곡선은 언제나 맹목적인 확장을 거친 후 본질을 향한 수렴으로 이어졌다. 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무작정 반도체를 모으고 모델의 크기만 키우는 소모적인 경쟁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대충 훑고 빠르게 대답하는 기계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코드를 끝까지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AI. 크기에 집착하지 않고 고유한 페르소나를 유지하며 스스로를 똑똑하게 덜어낼 줄 아는 AI.

이것이 '덜어냄의 미학'이 완성할 다음 세대 인공지능의 진정한 모습이다. 우리는 이제 속도와 확장의 신화에서 벗어나, 기술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해야 할 때다.


References & Further Reading

  1. On the Limits of Autoregressive Models: LeCun, Y. (2024). Objective-Driven AI and the Fallacy of Scaling Laws. (확률 기반 토큰 생성 모델의 추론적 한계와 새로운 아키텍처의 필요성)
  2. On System 2 Thinking in AI: OpenAI (2024). Learning to Reason with LLMs (Project o1). (빠른 토큰 생성 대신, 추론 시간에 연산을 집중하여 정확도를 높이는 패러다임 전환)
  3. On Semiconductor Market Dynamics: Thompson, N. C., et al. (2025). The Compute Divide: Analyzing GPU Hoarding and Utilization Rates in Big Tech.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입도선매 현상과 과점화가 시장 수요에 미치는 착시 효과)
  4. On AGI and Engineering: Marcus, G. (2025). Towards AGI: Cognitive Architecture, Persona, and Cross-Domain Transfer. (단일 모델 스케일링을 넘어, 구조적 엔지니어링을 통한 일반 지능 구현의 필수 요소)

안승원 / Wonbrand / https://wonbrand.co.kr